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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넷을 삼킨 바다 위에서 쓴 찬송
오늘의 예화

[오늘의 예화] 딸 넷을 삼킨 바다 위에서 쓴 찬송 · 2026년 9월 18일

By goodinktoday
9월 18, 2026

저는 예배 시간에 “내 평생에 가는 길”(It Is Well with My Soul)이라는 찬송을 부를 때마다 유독 목이 메는 대목이 있습니다. “내 영혼 평안해”라는 후렴을 부르면서도, 정작 이 찬송이 태어난 자리가 얼마나 캄캄했는지를 떠올리면 쉽게 목소리가 나오지 않습니다. 오늘은 이 찬송을 쓴 사람, 미국 시카고의 변호사였던 호레이쇼 스패포드(Horatio Spafford)의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1873년 무렵 스패포드는 이미 여러 해째 시련을 겪고 있었습니다. 사업가이자 장로교회 장로였던 그는 어린 아들을 성홍열로 잃었고, 1871년에는 시카고 대화재로 투자해 두었던 부동산 대부분이 잿더미가 되었습니다. 몸과 마음이 지친 그는 아내 안나와 네 딸 매기, 애니, 베시, 태네타를 데리고 유럽으로 요양 겸 여행을 떠나기로 합니다. 마침 그의 오랜 친구인 부흥사 D. L. 무디가 영국에서 전도 집회를 열고 있었기에, 가족과 함께 그곳에서 재충전할 계획이었습니다.

그런데 출발 직전 급한 사업 문제가 생겨 스패포드는 발이 묶였습니다. 그는 아내와 네 딸을 먼저 프랑스 여객선 빌 뒤 아브르(Ville du Havre)호에 태워 보내고, 일을 정리한 뒤 뒤따라가기로 합니다. 부두에서 손을 흔들며 배웅하던 그 순간에는, 이것이 딸들과의 마지막 인사가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을 겁니다. 1873년 11월 22일 밤, 대서양 한가운데서 이 배는 영국 철선 로크언(Loch Earn)호와 충돌했고, 단 12분 만에 침몰하고 맙니다. 승객 226명이 그 차가운 바다에 목숨을 잃었습니다.

딸 넷을 삼킨 바다 위에서 쓴 찬송

아내 안나는 침몰하는 배 위에서 딸들을 끌어안았지만, 거센 파도가 아이들을 하나씩 삼켜버렸습니다. 정신을 잃은 그녀는 떠다니는 나무 조각에 의지한 채 표류하다가 기적적으로 구조되었습니다. 네 딸 모두를 잃고 홀로 살아남은 안나는 영국 웨일스에 도착하자마자 남편에게 전보를 쳤습니다. “저만 살았습니다.” 이 짧은 문장을 받아 든 스패포드의 심정이 어땠을지, 저는 감히 다 헤아릴 수 없습니다. 저도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이 대목을 읽을 때마다 숨이 턱 막히곤 합니다.

스패포드는 곧바로 배를 타고 아내를 만나러 대서양을 건넙니다. 항해 중 선장은 그에게, 지금 지나는 이 바다가 바로 딸들이 잠든 자리라고 알려주었다고 전해집니다. 그 말을 들은 스패포드는 갑판에 홀로 서서 캄캄한 밤바다를 오래도록 내려다보았을 것입니다. 모든 것을 잃은 것만 같은 그 자리에서, 그는 놀랍게도 원망이 아니라 이런 고백을 써 내려갑니다. “내 평생에 가는 길 순탄하여 이 세상에서 늘 편안하게 살면서도, 큰 풍파로 무섭게 몰려와도 나의 영혼은 늘 편하다.” 슬픔이 사라졌기 때문이 아니라, 그 슬픔보다 더 깊은 곳에 붙들려 있는 무언가가 있었기 때문이겠지요.

이렇게 태어난 가사는 훗날 작곡가 필립 블리스가 곡을 붙여 “It Is Well with My Soul”이라는 찬송으로 완성되었고, 지금까지 전 세계 교회에서 불리고 있습니다. 스패포드 부부는 그 후로도 쉽지 않은 삶을 살았지만, 신앙을 잃지 않고 예루살렘에서 어려운 이들을 돕는 공동체를 세우며 남은 생을 이어갔다고 전해집니다.

이 이야기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

저는 이 찬송을 알게 된 뒤로, 힘든 일을 겪을 때마다 “평안하다”는 말을 함부로 쓰지 않게 되었습니다. 스패포드의 평안은 상황이 좋아져서 찾아온 게 아니라, 가장 캄캄한 바다 한가운데서 붙잡은 평안이었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저라면 그 자리에서 하나님을 원망하지 않을 자신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그는 슬픔을 부정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내 영혼은 평안하다”고 고백했습니다. 그 균형이 오래도록 제 마음에 남습니다. 지금 견디기 힘든 파도 한가운데 계신 분이 있다면, 이 찬송의 첫 소절이 억지 위로가 아니라 실제로 그 바다를 건넌 사람의 고백이었다는 사실을 꼭 기억하셨으면 합니다. 저도 오늘 이 글을 쓰며 다시 한 번 제 안의 작은 파도들을 돌아보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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