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예화] 빈 식탁 앞에서 드린 감사 기도 · 2026년 9월 23일
1800년대 초, 독일 프로이센에서 태어난 조지 뮬러(George Müller)는 젊은 시절 도박과 절도를 일삼던 방탕한 청년이었다고 전해집니다. 그런 그가 회심 이후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영국 브리스톨(Bristol)로 건너갔고, 1836년 무렵부터 애슐리 다운(Ashley Down) 언덕 위에 갈 곳 없는 고아들을 위한 보금자리를 세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평생 단 한 번도 후원자에게 편지를 써서 재정을 요청한 적이 없었다고 전해집니다. 오직 기도만으로 수백, 나중에는 수천 명에 이르는 고아들을 먹이고 재우겠다는 원칙을 지켰던 사람입니다. 저는 처음 이 이야기를 접했을 때 ‘그게 정말 가능한 일인가’ 싶어서, 같은 대목을 몇 번이고 다시 찾아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고아원 식당에는 정말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빵 한 조각, 우유 한 방울조차 남아있지 않았던 것입니다. 재정을 담당하던 이들은 며칠 전부터 통 사정이 어렵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정작 그날 새벽 창고 문을 열었을 때는 다들 말을 잃었다고 합니다. 관리인들은 발을 동동 굴렀지만, 뮬러는 오히려 담담하게 아이들을 평소처럼 식탁 앞에 앉히라고 했습니다. 텅 빈 접시와 컵을 앞에 두고 아이들은 영문도 모른 채 얌전히 자리를 지켰고, 뮬러는 여느 아침과 다름없이 손을 모았습니다. 곁에서 지켜보던 보모들의 표정은 그리 편치 않았을 것입니다.
“하나님 아버지, 오늘 아침 먹을 것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뮬러는 아직 오지도 않은 음식을 두고 그렇게 감사 기도를 드렸습니다. 접시는 여전히 비어 있었고, 아이들 몇몇은 배가 고파 칭얼대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 순간까지도 뮬러는 표정 하나 흔들리지 않고 기도를 이어갔다고 전해집니다. 저라면 그 자리에서 그렇게 태연할 수 있었을까, 솔직히 자신이 없습니다. 그런데 기도가 끝나기가 무섭게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동네 빵집 주인이었습니다. 그는 간밤에 도무지 잠이 오지 않아 뒤척이다가, 문득 고아원 아이들 생각이 나서 새벽 내내 화덕에 불을 지펴 빵을 여러 판 구워 왔다고 했습니다. 그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이번엔 우유 배달 마차 한 대가 고아원 담장 바로 앞에서 바퀴가 부러져 멈춰 섰습니다.

우유 배달부는 수레를 고치는 동안 실려 있던 우유가 상할까 걱정하다가, 이대로 길에서 버릴 바에는 차라리 담장 너머 고아원 아이들에게 나눠주고 가는 게 낫겠다며 대문을 두드렸습니다. 빵과 우유가 그렇게, 감사 기도가 끝난 지 채 몇 분도 지나지 않아 텅 비어 있던 식탁 위에 놓였습니다. 저는 이 장면을 상상할 때마다 등줄기가 서늘해집니다. 빵집 주인이 잠 못 이룬 밤과, 우유 마차의 바퀴가 하필 그 집 담장 앞에서 부러진 그 시각이, 같은 날 같은 아침에 겹쳤다는 사실이요. 어느 한쪽만 어긋났어도 아이들은 그날 아침을 굶었을 것입니다. 저는 이걸 우연이라고 부르기엔, 너무 정교하게 맞아떨어졌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이 일화는 뮬러 자신이 남긴 자서전 「A Narrative of the Lord’s Dealings with George Müller」에 실려 전해지는 이야기입니다. 그는 평생 수천 명의 고아를 길러내면서 이런 순간을 여러 차례 겪었다고 고백했고, 그가 세운 고아원은 문을 닫는 날까지 단 하루도 아이들을 굶긴 적이 없었다고 전해집니다. 뮬러가 세상을 떠날 무렵, 그가 브리스톨에 세운 다섯 개의 고아원 건물을 거쳐 간 아이들은 만 명이 넘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의 사역은 이후 허드슨 테일러를 비롯한 수많은 선교사들에게 ‘기도로 사는 삶’의 본이 되었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
저는 이 이야기를 곱씹을 때마다, 정작 제 삶에서는 ‘아직 응답이 안 왔으니 걱정부터’ 하고 있었던 순간들이 떠오릅니다. 뮬러는 빵이 도착하기도 전에 먼저 감사를 드렸습니다. 응답을 확인한 뒤에 감사하는 것과, 응답이 오기 전부터 감사하는 것 사이에는 생각보다 큰 간격이 있습니다. 그 순서를 뒤집어 산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저는 매번 시험 앞에서 새삼 느낍니다. 오늘 내 앞의 식탁이 비어 보인다고 해서 그것이 이야기의 끝이라는 뜻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언제, 어떤 모습으로 찾아올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니까요. 저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오늘 하루를 조금은 다른 걸음으로 걸어갈 힘을 얻습니다. 빵집 주인의 잠 못 이룬 밤과 우유 마차의 부러진 바퀴, 그 둘 다 그 자체로는 그저 사소하고 불편한 사건일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사소한 것들이 한 아침, 한 대문 앞에서 정확히 만났습니다. 어쩌면 지금 제가 겪고 있는 불편한 일들도, 언젠가 돌아보면 누군가의 식탁을 채우기 위해 미리 준비되고 있던 조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저는 이 이야기를 읽을 때마다 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