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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예화] 잿더미 앞에서 다시 시작한 사람 · 2026년 9월 5일
오늘의 예화

[오늘의 예화] 잿더미 앞에서 다시 시작한 사람 · 2026년 9월 5일

By goodinktoday
9월 5, 2026

1812년 3월, 인도 벵골 지방의 작은 마을 세람포르(Serampore)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저는 이 이야기를 처음 접했을 때, 평생 쌓아온 일이 하루아침에 재가 되어버린다는 게 어떤 기분일지 상상하다가 가슴이 먹먹해졌던 기억이 있습니다. 영국 노샘프턴셔의 구두 수선공 출신이었던 윌리엄 케리(William Carey)는 1793년 인도에 첫발을 디딘 뒤, 근 20년 가까운 세월을 오직 한 가지 일에 쏟아붓고 있었습니다. 벵골어와 산스크리트어를 비롯해 인도 아대륙의 여러 언어로 성경을 번역하는 일이었습니다.

세람포르에 마련된 작은 인쇄소는 그 방대한 작업의 심장 같은 곳이었습니다. 언어마다 다른 문자 체계에 맞춰 활자를 직접 주조해야 했고, 번역 원고는 몇 년에 걸쳐 손으로 다듬고 또 다듬은 결과물이었습니다. 캐리와 동료 선교사 마쉬맨(Marshman), 워드(Ward)는 이 일을 함께 감당하며 ‘세람포르 삼총사’라 불렸습니다. 그 인쇄소 서가에는 완성을 눈앞에 둔 여러 언어의 성경 번역 원고와, 다시는 구하기 힘든 특수 활자들이 빼곡히 쌓여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해 3월 11일 저녁, 캐리가 콜카타에서 산스크리트어 강의를 하던 사이 인쇄소에서 불이 났습니다. 관리인 혼자 지키고 있던 건물은 순식간에 불길에 휩싸였고, 다음 날 새벽 소식을 듣고 달려간 사람들이 마주한 것은 여전히 연기가 피어오르는 잿더미였습니다. 수십 종의 활자와 인쇄기, 그리고 무엇보다 몇 년에 걸쳐 다듬어온 번역 원고 뭉치들이 형체도 없이 타버린 뒤였습니다. 캐리에게 그 순간이 어땠을지, 저는 감히 다 헤아리기 어렵습니다.

[오늘의 예화] 잿더미 앞에서 다시 시작한 사람 · 2026년 9월 5일

전해지는 바에 따르면, 캐리는 그 잿더미 앞에서 오래 무너져 있지 않았다고 합니다. 동료들에게 주님이 이 일을 다시 시작하게 하려고 우리를 낮추셨다는 취지의 말을 전하며, 바로 다음 날부터 처음 그 자리에서 다시 활자를 주조하고 번역을 이어갔다고 전해집니다. 이 대목에서 저는 몇 번을 다시 읽었는지 모릅니다. 억울해하거나 하나님을 원망할 법도 한 상황에서, 그는 슬퍼할 시간조차 아까운 사람처럼 곧장 자리로 돌아갔습니다.

화재 소식은 곧 영국과 유럽 각지로 전해졌고, 뜻밖에도 후원의 손길이 오히려 더 커졌습니다. 사람들은 잿더미 속에서도 다시 일어서려는 그 모습에 마음이 움직였다고 합니다. 세람포르의 인쇄소는 채 1년이 지나지 않아 다시 세워졌고, 캐리와 동료들은 그 후로도 수십 개 언어로 성경 번역과 출판을 계속해 나갔습니다. 오늘날 그를 ‘현대 선교의 아버지’라 부르는 이유 중 하나는, 그가 이룬 성과 못지않게 그 잿더미 앞에서 보여준 이 태도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이야기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

저는 이 이야기를 곱씹을 때마다, 무너진 자리에서 얼마나 빨리 다시 일어서느냐가 결국 그 사람의 믿음을 보여주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우리 삶에도 공들여 쌓은 것이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관계든, 일이든, 건강이든 말이죠. 그럴 때 캐리처럼 담담히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힘은 결국 그 일의 결과가 아니라 그 일을 맡기신 분을 바라보는 데서 나오는 게 아닐까요. 오늘 여러분의 자리에 혹시 잿더미처럼 느껴지는 무언가가 있다면, 그 앞에서 너무 오래 주저앉아 있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다시 시작할 이유는, 어쩌면 이미 우리 안에 있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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