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예화] 원수의 손을 잡던 순간 · 2026년 9월 2일
저는 이 이야기를 처음 접했을 때, 한동안 책을 덮어놓고 멍하니 앉아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용서라는 단어를 참 쉽게 쓰고 살아왔구나 싶어서요. 네덜란드의 코리 텐 붐이라는 여성의 이야기인데, 혹시 들어보셨을지 모르겠습니다.
2차 세계대전 중 코리 텐 붐과 그의 가족은 나치의 눈을 피해 유대인들을 자기 집에 숨겨주다가 발각되어 체포되었습니다. 그는 언니 벳시와 함께 독일의 라벤스브뤼크 수용소로 끌려갔고, 그곳에서 벳시는 결국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전쟁이 끝난 뒤 코리는 살아남아 유럽 곳곳을 다니며 하나님의 용서와 사랑을 전하는 사역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1947년, 뮌헨의 한 교회에서 집회를 마친 코리 앞에 낯익은 얼굴이 다가왔습니다. 전해지는 바에 따르면 그는 다름 아닌 라벤스브뤼크 수용소에서 코리와 벳시를 감시하던 간수 중 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이제 그리스도인이 되었다며, 자신이 그때 저지른 일을 용서해 달라고 손을 내밀었다고 합니다.

코리는 그 손을 바라보며 한참을 망설였다고 고백합니다. 언니가 죽어가던 그 수용소의 기억이 순식간에 밀려왔을 테니까요. 하지만 그는 결국 그 손을 잡았습니다. 자신의 힘이 아니라, 그 순간 하나님이 자신의 팔을 들어 올려주셨다고 훗날 그는 말했습니다.
이 이야기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
저는 이 대목에서 늘 뜨끔해집니다. 저는 그보다 훨씬 작은 상처에도 손 내밀기를 주저하며 살아왔거든요. 코리의 용서가 대단한 건, 그것이 감정이 다 가라앉고 난 뒤의 여유로운 화해가 아니라 온몸이 거부하는 순간에도 억지로 내민 손이었다는 점입니다. 용서란 상대가 미워지지 않을 때 하는 게 아니라, 여전히 미운데도 순종으로 내미는 손이라는 걸 이 이야기는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 오늘 제 안에도 아직 풀지 못한 손이 하나쯤 있는 건 아닌지, 저 자신에게 물어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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