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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예화] 주일에는 달리지 않겠습니다 · 2026년 9월 4일
오늘의 예화

[오늘의 예화] 주일에는 달리지 않겠습니다 · 2026년 9월 4일

By goodinktoday
9월 4, 2026

1924년 여름, 프랑스 파리. 스코틀랜드에서 온 스물두 살의 육상선수 에릭 리델은 그해 올림픽 남자 100m 종목에서 가장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꼽히고 있었습니다. 그는 에든버러 대학교를 다니며 육상을 했지만, 정작 그의 마음을 가장 크게 차지하고 있던 것은 신앙이었습니다. 저는 이 이야기를 처음 접했을 때, ‘신념과 실력을 동시에 갖춘 사람’이라는 말이 이 사람을 위해 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해 5월, 올림픽 조직위원회가 발표한 일정표를 받아 든 리델의 얼굴이 굳어졌습니다.

100m 예선이 하필 일요일에 열린다는 것이었습니다. 리델에게 주일은 단순한 요일이 아니라, 어릴 때부터 지켜온 신앙의 원칙 그 자체였습니다. 그는 고민 끝에 100m 출전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영국 언론은 들끓었고, 국가 대표로서 조국의 명예를 저버린다는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전해지는 바에 따르면 당시 영국 왕세자까지 나서서 그를 설득하려 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리델은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 대목에서 ‘차라리 적당히 타협했다면 얼마나 편했을까’ 싶다가도, 그가 감당했을 시선의 무게를 생각하면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결국 리델은 원래 자신의 주종목이 아니었던 400m에 출전하기로 방향을 바꿨습니다. 훈련해온 시간과 준비된 전략을 모두 내려놓고, 낯선 거리에 처음부터 다시 도전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경기 당일까지도 그의 우승 가능성을 낮게 보는 시선이 많았다고 전해집니다. 그리고 400m 결승 출발선에 서기 직전, 한 관계자가 그에게 쪽지 한 장을 건넸다는 일화가 전해집니다. 거기에는 사무엘상 2장 30절의 한 구절, ‘나를 존중히 여기는 자를 내가 존중히 여기리라’는 말씀이 적혀 있었다고 합니다.

[오늘의 예화] 주일에는 달리지 않겠습니다 · 2026년 9월 4일

총성이 울리고 리델은 마치 자신을 짓누르던 모든 시선과 부담을 뒤로 하듯 힘차게 달려나갔습니다. 그는 특유의 고개를 젖히고 팔을 크게 휘젓는 독특한 주법으로 트랙을 질주했습니다. 결승선을 통과했을 때, 기록은 47초 6 — 당시 세계신기록이었습니다. 자신의 주종목도 아닌 낯선 거리에서, 신념을 지키느라 잃어버린 줄 알았던 자리에서, 그는 오히려 가장 빛나는 순간을 맞이한 것입니다.

금메달을 딴 뒤에도 리델의 삶은 계속됐습니다. 그는 이후 선교사가 되어 중국으로 건너갔고, 톈진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복음을 전했습니다. 1941년 태평양전쟁이 임박하자 아내와 어린 딸들을 캐나다로 먼저 피신시키고 자신은 중국에 남았습니다. 결국 일본군에게 붙잡혀 산둥성 웨이현의 민간인 억류소에 갇히게 됐고, 그곳에서도 아이들에게 운동을 가르치고 예배를 인도하며 지냈습니다. 그는 종전을 불과 다섯 달 앞둔 1945년 2월, 뇌종양으로 억류소 안에서 숨을 거두었습니다.

이 이야기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

저는 에릭 리델의 이야기를 곱씹을 때마다, 그가 정작 가장 유명해진 순간은 그가 ‘포기한’ 종목이 아니라 ‘지켜낸 원칙’ 덕분에 다시 서게 된 자리였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립니다. 우리는 종종 신념을 지키면 손해를 본다고, 기회를 놓친다고 지레짐작하곤 합니다. 그런데 그의 삶을 들여다보면, 100m를 포기했기 때문에 400m에서 세계기록을 세웠고, 올림픽 영웅의 자리도 내려놓았기 때문에 웨이현의 아이들에게 평생 잊지 못할 스승이 될 수 있었습니다. 무엇을 얻을까보다 무엇을 지킬까를 먼저 물었던 그 태도가, 결국 그의 인생 전체를 더 넓은 자리로 이끌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 제가 붙들고 있는 작은 원칙 하나가, 지금 당장은 손해처럼 보여도 언젠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열매 맺을 수 있다는 걸, 저는 이 이야기를 통해 다시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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