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예화] 그가 내민 손, 그녀가 넘어선 순간 · 2026년 9월 18일
1947년, 독일 뮌헨의 한 교회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저는 이 이야기를 처음 읽었을 때 책장을 넘기다 말고 한참을 멈춰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네덜란드 출신의 코리 텐 붐이라는 여성이 강단에 서 있었습니다. 그녀와 언니 베치는 전쟁 중 자기 집 벽장 뒤에 유대인들을 숨겨주다가 발각되어 체포되었고, 악명 높은 라벤스브뤼크 강제수용소로 끌려갔습니다. 베치는 그곳에서 결국 숨을 거두었고, 코리만이 기적적으로 풀려나 살아남았습니다. 그리고 그날 뮌헨의 교회에서, 그녀는 그 참혹했던 시간을 딛고 ‘하나님은 우리의 죄를 바다 깊은 곳에 던지신다’는 용서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었습니다.
강연이 끝나고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던 중, 한 남자가 그녀를 향해 걸어왔습니다. 순간 코리의 온몸이 얼어붙었습니다. 그는 다름 아닌 라벤스브뤼크에서 여성 수감자들을 발가벗겨 샤워실로 몰아넣고 모욕하던 바로 그 간수였습니다. 그 잔인한 시선, 그 차가운 명령 소리가 순식간에 되살아났습니다. 남자는 밝은 얼굴로 다가와 손을 내밀며 말했습니다. 자신은 그 후 예수님을 믿게 되었고, 그때 저지른 일들에 대해 하나님께서 용서해 주셨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당신에게서도 직접 용서의 말을 듣고 싶다고 말입니다.
코리는 손을 내밀 수가 없었습니다. 팔이 마치 돌처럼 굳어버린 것 같았다고 그녀는 훗날 고백했습니다. 언니 베치의 마지막 모습, 그 추위와 굶주림, 동료들이 하나둘 스러져가던 기억들이 몇 초 사이에 밀려들었습니다. 용서를 전하는 강사가 정작 자신은 용서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 앞에서, 그녀는 속으로 짧게 기도했습니다. “주님, 저는 이 사람에게 손을 내밀 수 없습니다. 그러니 당신의 용서를 제 안에 채워주세요.”

바로 그 순간이었습니다. 그녀는 팔을 타고 마치 전류처럼 이상한 온기가 흘러내려오는 것을 느꼈다고 회고했습니다. 자신의 의지가 아니라 어떤 힘에 이끌리듯 손이 서서히 올라갔고, 그녀는 그 남자의 손을 마주 잡았습니다. 그 순간 그녀의 눈에서는 뜨거운 눈물이 흘렀고, 가슴 속에서는 이전에 느껴본 적 없는 벅찬 사랑이 차올랐다고 그녀는 여러 책과 간증을 통해 고백했습니다.
코리 텐 붐은 이 경험을 두고, 용서란 자신의 감정이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니라 하나님께 순종하는 의지의 행위이며, 그 순종의 자리에 하나님이 직접 찾아와 채워 주시는 것이라고 평생 간증했습니다. 그녀는 이후로도 세계 각지를 다니며 이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녀의 자서전 「The Hiding Place」와 여러 간증문을 통해 지금까지도 수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
저는 이 대목을 읽을 때마다 뜨끔해집니다. 우리는 흔히 “저 사람만은 도저히 용서 못하겠다”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곤 하는데, 코리 텐 붐의 손이 얼어붙었던 그 몇 초가 바로 우리 각자의 마음속 어딘가에도 있는 것 같아서입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가 저에게 위로가 되는 지점은, 그녀조차도 스스로의 힘으로는 그 손을 내밀지 못했다는 사실입니다. 억지로 감정을 쥐어짜서 용서한 게 아니라, “저는 못하니 당신이 채워주세요”라고 고백한 자리에 하나님이 찾아오셨다는 것. 저는 이 부분이 가장 마음에 남습니다. 혹시 지금 도저히 손이 내밀어지지 않는 누군가가 있다면, 억지로 애쓰기보다 코리처럼 그 무능함을 솔직히 아뢰는 기도부터 시작해보면 어떨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