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예화] 바람이 없는 밤, 기도가 이어지던 갑판 · 2026년 9월 13일
1866년 5월, 중국내지선교회(China Inland Mission)를 세운 지 얼마 되지 않은 젊은 선교사 허드슨 테일러는 스물네 명의 동료들과 함께 범선 라머뮤어(Lammermuir)호에 올라 상하이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스무 살을 갓 넘긴 청년들이었고, 정해진 봉급이나 후원 약속도 없이 오직 하나님의 공급을 믿고 낯선 땅으로 떠난 이들이었습니다. 몇 달에 걸친 항해 끝에 배가 지나야 했던 항로 중 일부는, 항해사들 사이에서 암초가 많고 물살이 거칠어 각별히 조심해야 할 구간으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저는 이 대목을 읽을 때마다, 그 어린 나이에 낯선 뱃길에 오른 이들의 마음이 어땠을지 자꾸 상상하게 됩니다. 두려움과 설렘이 함께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항해 도중 배는 그 위험한 해역 인근에서 갑자기 바람이 완전히 멎는 상황을 만났습니다. 돛은 힘없이 축 늘어졌고, 배는 조류에 떠밀려 서서히 암초 많은 해안 쪽으로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선원들은 작은 보트를 내려 배를 끌어보려 애썼고, 선장은 밤새 갑판을 오가며 온갖 방법을 다 동원했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배와 해안의 거리는 점점 좁혀졌고, 선실 안에 있던 선교사들에게도 갑판 위의 다급한 발소리와 명령 소리가 고스란히 전해졌습니다. 어린 선교사들 중 몇몇은 잠도 이루지 못한 채 서로의 얼굴만 바라보았다고 합니다.
테일러는 훗날 그날 밤을 떠올리며,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다고 여겨지는 바로 그 순간에야 비로소 정말로 할 수 있는 일이 하나 남아 있음을 깨달았다는 취지의 말을 남겼다고 전해집니다. 자정 무렵, 선장이 직접 테일러의 선실 문을 두드렸습니다. 펼 수 있는 돛은 이미 다 펼쳤고, 더는 손쓸 방법이 없다는 말과 함께였습니다. 지치고 침통한 얼굴이었다고 합니다.

테일러는 선원들에게 무언가를 더 해내라고 다그치지 않았습니다. 대신 함께 배에 오른 선교사 몇 사람을 깨워, 각자의 선실에서 바람을 구하는 기도를 하자고 청했습니다. 거창한 각오나 비장한 선언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조용히 무릎을 꿇는 것, 그것이 전부였습니다. 그런데 기도를 마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갑판에서 다급한 노크 소리가 들렸고, 일등항해사가 문을 열며 이렇게 외쳤다고 전해집니다. “선생님, 바람이 붑니다!” 조금 전까지 돛이 늘어져 있었다는 사실을 잘 아는 그 사람의 다급한 목소리에, 테일러는 오히려 담담하게 그럴 줄 알았노라 답했다고 합니다.
갑자기 불어온 바람은 라머뮤어호를 위험한 해안에서 서서히 멀어지게 했고, 배는 무사히 항로를 되찾아 항해를 이어갔습니다. 이 일을 겪은 스물네 명의 선교사들은 몇 주 뒤 상하이에 무사히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이들이 훗날 중국 내륙 곳곳에 뿌린 선교의 씨앗은, 중국내지선교회가 이후 수십 년에 걸쳐 성장해 수많은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이 이야기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
저는 이 이야기에서 유독 “이제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다”던 선장의 말이 마음에 걸립니다. 사람의 노력이 바닥났다고 느껴지는 바로 그 지점이야말로, 사실은 기도가 시작되어야 할 지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우리도 살다 보면 손쓸 방법이 다 떨어졌다고 느끼는 밤을 만납니다. 회사에서, 가정에서, 건강 앞에서 말입니다. 그럴 때면 저는 이 갑판 위의 짧은 기도 장면을 떠올리곤 합니다. 대단한 웅변이 아니라 그저 무릎을 꿇는 것으로 충분했다는 사실이, 저에게는 오히려 큰 위로가 됩니다. 오늘 내가 마주한 바람 없는 밤도, 어쩌면 이미 다르게 준비되고 있는 중은 아닐까요. 그런 마음으로 오늘 하루도 조용히 무릎을 꿇어보려 합니다.